AI 반도체 유리 기판이란? 종류·특징·2026년 기업 현황 정리

AI 반도체 유리 기판이란? — 유기 기판의 한계를 넘어서

AI 반도체 유리 기판 종류와 특징을 정리한 개념도

인공지능(AI) 가속기와 고성능 컴퓨팅(HPC) 칩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수십 년간 반도체 패키징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던 유기(有機) 기판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에폭시 수지 계열의 유기 기판은 열을 받으면 팽창하고 휘어지는 성질이 있어, GPU·AI 칩처럼 고열을 내는 대형 칩에서 배선 불량, 접합부 균열 등 심각한 신뢰성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떠오른 차세대 기술이 바로 반도체 유리 기판(Glass Substrate)입니다. 유리 기판은 반도체 패키지의 핵심 층(코어 또는 인터포저)을 기존 플라스틱·에폭시 대신 유리 소재로 대체한 기판입니다. LX세미콘 기술 뉴스에 따르면, 유리 기판은 AI 반도체 패키징의 “게임 체인저”로 지목되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최대 화두로 부상했습니다.

핵심 배경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AI 칩의 크기가 커질수록 유기 기판의 휨(Warpage) 문제가 심해집니다. 둘째, 더 촘촘한 회로 배선(미세 피치화)이 필요해졌는데, 유기 기판의 표면 평탄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셋째, AI 칩이 소비하는 전력이 급증하면서 낮은 유전율(Dielectric Constant)과 우수한 열 안정성이 필수 조건이 됐습니다.

유리 기판의 종류 — 코어 기판과 인터포저

유리 기판을 도입한 2026년 주요 기업의 제조 현황 모습

반도체 분야에서 사용되는 유리 기판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① 유리 코어 기판(Glass Core Substrate)
유기 기판의 코어 층을 유리로 교체한 형태입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유형으로, SKC 자회사 앱솔릭스(SK Absolics)와 삼성전기, LG이노텍이 개발 중인 방식이 이에 해당합니다. 기존 기판 제조 공정과 호환성이 높아 양산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내부에 소자를 임베딩(내장)하는 방식과 비임베딩 방식으로 다시 세분됩니다. SKC 앱솔릭스는 초기에 임베딩 방식에 집중했으나, 기술적 난관으로 인해 현재는 비임베딩 방식도 병행 추진 중입니다.

② 유리 인터포저(Glass Interposer)
칩과 기판 사이의 중간 연결층(인터포저)을 유리로 만든 형태입니다. 현재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AI 칩을 연결하는 데 쓰이는 실리콘 인터포저의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실리콘 대비 제조 비용이 낮고, 대면적화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래피더스(Rapidus) 등이 유리 인터포저 솔루션 개발을 검토 중입니다.

두 유형 모두 공통적으로 TGV(Through Glass Via, 유리 관통 전극) 기술을 핵심으로 사용합니다. TGV는 유리에 수십~수백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 구멍을 뚫고 도전성 금속으로 채워 전기 신호를 연결하는 공정입니다.

유리 기판의 핵심 특징과 장점

유리 기판이 유기 기판보다 AI 반도체에 유리한 이유는 재료 자체의 물성에서 비롯됩니다. 주요 특징을 수치와 함께 정리합니다.

1. 낮은 열팽창계수(CTE)로 뒤틀림 최소화
유리의 열팽창계수(CTE)는 약 3~4 ppm/°C로, 실리콘 웨이퍼의 CTE(약 2.3~3 ppm/°C)와 매우 유사합니다. 반면 유기 기판의 CTE는 12~18 ppm/°C로 훨씬 높습니다. 이 차이가 고열 환경에서 칩-기판 간 열 불일치에 의한 접합 불량과 기판 휨 현상을 유발합니다. 유리 기판은 CTE 값을 실리콘에 근접시켜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합니다.

2. 두께 25% 이상 감소, 전력 소비 30% 이상 절감
유리 기판을 적용하면 PCB 대비 기판 두께를 25% 이상 줄일 수 있고, 전력 소비는 30% 이상 절감됩니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40% 이상 향상됩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상당 부분이 전력 비용이라는 점에서, 30%의 전력 절감은 운영 경제성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수치입니다.

3. 낮은 유전율(Dk)과 유전손실(Df)
유리는 유기 소재 대비 유전율이 낮아 고주파 신호 전달 시 손실이 적습니다. AI 추론·학습에 사용되는 고속 직렬 데이터 인터페이스(수십 Gbps급)에서 신호 무결성이 향상됩니다.

4. 극도의 평탄도로 미세 배선 구현
유리의 표면 평탄도(TTV, Total Thickness Variation)는 유기 기판보다 월등히 우수합니다. 이 덕분에 배선 피치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 수 있어, 단위 면적당 I/O 수를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GPU나 AI 가속기처럼 수천 개의 외부 핀이 필요한 칩에서 결정적인 이점입니다.

5. 뛰어난 전기적 절연성
유리는 전기 절연성이 우수해 회로 간 전기적 간섭(EMI)을 최소화합니다. 고밀도 패키지에서 인접 배선 간 누설 전류와 혼선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TGV 공정 — 유리 기판 제조의 핵심 기술

유리 기판의 제조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어려운 공정은 TGV(Through Glass Via)입니다. 유리는 금속과 달리 점착성이 낮고 취성(脆性, 깨지는 성질)이 강해, 기존 반도체 공정 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TGV 공정은 크게 다음 단계로 진행됩니다:

① 레이저 가공(Laser Drilling) — 초정밀 레이저로 유리에 지름 50~200 마이크로미터의 홀(구멍)을 형성합니다. 이때 레이저 파장과 펄스 조건이 유리 파손 여부를 결정합니다.
② 화학 에칭(Chemical Etching) — 레이저로 균열을 만든 뒤 불화수소(HF) 등 약품으로 정밀 식각해 균일한 홀 형상을 완성합니다.
③ 도금(Electroplating) — 홀 내부에 구리(Cu)를 채워 전기 연결 통로를 만듭니다.
④ CMP(화학기계연마) — 표면을 고르게 연마해 배선 형성에 적합한 평탄도를 확보합니다.
⑤ 검사(Inspection) — 홀 형상, 도금 균일성, 결함 유무를 검사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리 고유의 취성 때문에 공정 수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점이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입니다. The Economy 보도에 따르면, 현재 유리 기판의 제조 수율은 75~85% 수준으로, 유기 기판(90~95%)보다 낮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 유리 기판의 원가는 유기 기판 대비 약 2~3배 높게 형성됩니다. 수율과 원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2026~2027년 상용화의 관건입니다.

유리 기판의 단점과 기술 과제

유리 기판은 분명한 물리적·공정적 약점도 있습니다. 상용화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과제를 짚어봅니다.

깨지기 쉬운 기계적 강도
유리는 충격에 취약합니다. 기판 이송·핸들링 과정에서 파손 위험이 높아, 전용 이송 장비와 별도의 공정 흐름이 필요합니다. 두께가 100~400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얇은 유리일수록 파손 위험이 커집니다.

낮은 열전도율
유리는 금속이나 실리콘보다 열을 잘 전달하지 못합니다. 고발열 AI 칩에서 기판 자체의 방열 성능이 중요한데, 유리 기판은 이 부분에서 추가 설계 대책(방열 소재 삽입, 냉각 구조 최적화 등)이 필요합니다.

높은 초기 원가와 낮은 수율
앞서 언급한 대로, 제조 수율 75~85% 수준과 유기 기판 대비 2~3배의 원가가 시장 확산을 늦추는 요인입니다. 대량 양산을 통한 학습 효과(Learning Curve)가 쌓여야 원가가 내려갑니다.

공급망 집중도
현재 유리 소재 공급은 코닝(Corning), AGC, 쇼트(SCHOTT), 일본전기초자(Nippon Electric Glass), HOYA 등 상위 5개사가 글로벌 시장의 약 90%를 점유합니다. 공급망이 소수 업체에 집중돼 있어, 반도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단일 공급원 의존도를 분산시키는 것이 과제입니다.

2026년 기업별 개발 현황

유리 기판 상용화 경쟁은 소재·부품 업체와 반도체 팹리스·IDM이 동시에 뛰어들어 복잡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SKC 앱솔릭스(Absolics)
한국 기업 중 가장 앞서 있습니다. SKC가 앱솔릭스에 누적 4,174억 원을 투자했고, 추가 5,896억 원 증자를 추진 중입니다. 미국 조지아주에 세계 최초 반도체 유리 기판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며, 북미 빅테크 고객사에 프로토타입을 공급해 성능·신뢰성 검증을 진행 중입니다. 다만 기술적 난제로 인해 당초 2026년이었던 상업 양산 목표를 2027년으로 연기했습니다. 녹색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임베딩 방식의 난이도 때문에 비임베딩 병행 전략으로 전환했습니다.

삼성전기
2024년 5월 유리 기판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2026~2028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세메스, 켐트로닉스 등 국내 장비·소재 업체들과 함께 TGV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며 기술 경쟁력을 쌓고 있습니다. LG이노텍도 같은 시기를 목표로 추격 중입니다.

인텔(Intel)
2023년 9월 유리 기판을 공식 발표하며 업계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인텔은 현재 유리 기판 관련 특허를 600개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 애리조나 공정 라인에서 테스트 차량(Test Vehicle)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직접 생산보다 특허 라이선싱 전략으로 전환해, 업계 전반의 상용화 속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MIT Technology Review는 인텔의 유리 기판 전략이 미래 AI 칩 생태계를 재편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엔비디아·AMD·브로드컴·테슬라
이들 팹리스 기업은 유리 기판 적용을 검토하는 수요 측(Demand Side)입니다. AMD는 2028년을 목표로 HPC 반도체에 유리 기판 적용을 검토 중이며, 엔비디아와 브로드컴도 차세대 AI 칩 로드맵에 유리 기판을 반영할지 타당성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소재 업체 — AGC, 코닝, 쇼트
AGC는 저열팽창 붕규산(Borosilicate) 유리 시트를 공급하며 초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코닝은 반도체용 울트라-플랫 유리 소재로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입니다. 이들 소재 업체가 유리 품질과 공급 안정성의 병목을 쥐고 있어, 기판 제조업체와의 협력 구조가 핵심입니다.

시장 전망 — 2034년 6조 2,000억 원 규모로 성장

유리 기판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큽니다. 복수의 시장조사기관이 공통적으로 폭발적 성장을 전망합니다.

가장 좁게 집계되는 유리 코어 기판(Glass Core Substrate) 시장 기준으로, 2025년 약 2,300만 달러(약 330억 원)에서 2034년 42억 달러(약 6조 2,000억 원)로 약 180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IDTechEx 기준으로는 2025년 약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에서 2036년 44억 달러(약 6조 3,000억 원)로 성장이 예상됩니다. 유리 기판 시장 전체(인터포저 포함)로는 2024년 72억 달러(약 10조 원)에서 CAGR 3.7~6.6%로 꾸준히 성장하며, 2029년에는 약 108억 달러(약 1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성장의 핵심 동력은 데이터센터 AI 인프라 투자 확대입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서버에 쏟아붓는 설비투자가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가운데, 고성능 AI 칩의 패키징 기술로 유리 기판 채택이 늘면 시장 성장 속도가 예측치를 웃돌 수도 있습니다. The Economy는 2026년을 유리 기판 글로벌 주도권 경쟁의 분수령으로 평가했습니다.

정리 — 유리 기판이 AI 반도체의 미래를 바꾸는 이유

AI 반도체 유리 기판은 단순한 소재 교체가 아니라,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패러다임 전환입니다. 열팽창계수 3~4 ppm/°C의 뛰어난 열 안정성, PCB 대비 두께 25% 절감, 전력 소비 30% 절감, 데이터 처리 속도 40% 향상이라는 수치는, 고성능 AI 칩의 성능 한계를 기판 단계에서 먼저 뚫는 해법을 제시합니다.

물론 취성, 낮은 수율(75~85%), 유기 기판 대비 2~3배의 원가라는 현실적인 장벽도 분명합니다. SKC 앱솔릭스가 2027년으로 양산을 늦춘 것처럼, 기술 성숙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인텔이 600개 이상의 특허를 확보한 채 라이선싱으로 생태계를 열고, 삼성전기·LG이노텍·AGC·코닝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술 진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2026~2028년은 이 기술이 실험실에서 공장으로, 그리고 AI 서버 랙 안으로 들어오는 결정적인 전환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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